나의 스크랩

[월요편지49] 속 시원하십니까?

한성제피로스 2006. 6. 5. 21:44
[월요편지 49] 속 시원하십니까? | 월요편지 2006/06/05 12:17
글쓴이 : 이철우
http://blog.naver.com/qksdnjftks/90004872326

 

5.31 지방선거가 끝나고 거리의 현수막만이 선거가 있었음을 알릴뿐 다시 고단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때보다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한나라당의 바람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신드롬이었습니다.

호감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비호감으로 역선택을 하는 증오의 신드롬이었습니다.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그런 증오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어인 일입니까?

탄핵의 역풍으로 여당에게 표를 몰아주었던 그 쏠림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외면이었습니다.

수도권 광역의원 전원이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아마 전무후무한 일일것입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은 거의 전원이 한나라당이 독식했고 기초의원도 압도적이라 균형과 견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상 대한민국은 한나라당이 경영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한나라당도 조중동도 국민들도 한나라당 이외의 당은 비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하나 힘이 있어야 비판도 받는 것이니 말입니다.

‘모두 한나라당이 잘해주겠지?’ 하고 기대하거나,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정도가 할 일이 되었습니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의석의 100%가 특정당이 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현실입니다.

지난번 탄핵풍때도 여당의석이 과반을 겨우 넘긴 정도였습니다.

그것이 한나라당도 기쁘기보단 두려울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정책은, 지지자들은 고통스럽게 하고 반대자들에게는 비웃음거리가 되는게 지난 3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치문화의 적대성은 여야간에 타협과 합의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증오는 더욱 재생산되고 증폭됩니다.

아비가 미워하던 사람을 자식이 미워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보다는 미워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 각박함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더더욱 현 정부의 정책은 그 실효성이 없을 것입니다.

정부나 국회는 지방권력에게 예산을 배분하는 일 밖에는 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공천비리도 후보자의 능력도 지역사회의 균형과 견제도 그 어느 것도 증오심을 풀어줄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면도칼 습격’이 상대당의 소행으로 둔갑되어 증오의 기름통에 불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선거패배는 당연한 것이고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비이성적인 일들이 국민대중을 증오의 신드롬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 두렵고 떨릴 뿐입니다.

정부여당이 아직도 자신들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도 우리를 안타깝게 합니다.

사실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현 정부는 전신마비 환자입니다.

머리만 정부여당이고 온 몸은 한나라당 그것도 적대적인 야당이니 어떤 정책이 효율성이 있겠습니까?

아무튼 더 이상 정부여당은 증오의 대상도 되지 못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정체성없는 아류정치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하기에는 할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반대자를 폭력으로 억누를 수 없는 비효율을 앞으로는 한나라당도 난생처음 경험해야 하는 사회가 유지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유신헌법이 90%찬성으로 통과되어 경제발전과 국론통합의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었노라고 굳게 믿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은 보통 복잡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유신헌법의 살벌함도 채 10년이 못가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엄청난 피와 희생이 있어야 했습니다.

100% 지방권력. 현 정부에 대한 속 시원한 심판일지는 모르지만 멀지 않은 날 우리의 자식들이 감당해야 할 부채는 또 얼마런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이미 제도권 내에서 지방권력은 견제하거나 비판하는 민주주의적인 시스템은 사라졌습니다.

경기도 의회에서 서울시 의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오직 한나라당의 책임입니다.

이것은 또한 국민들의 선택입니다.

유신헌법이 90%의 지지를 얻었다고 역사의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유신헌법은 자유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보아도 최악의 법입니다.

아무쪼록 100% 지방권력이 이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기를 바랄 뿐 다른 방법이 없기도 합니다.


부패는 용납되어도 무능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을 권력잡은 자들은 알아야 이땅에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5.31의 민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민심이 옳고 그름은 정치의 영역이 아닌 종교나 사상가의 몫일 듯 합니다.


아무튼 5.31 지방선거가 끝난 후 간절한 기도 제목은 누가 권력을 잡아도 좋은데 반대자를 폭력으로 제압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을 펼치는 사회만은 꼭 유지되게 해 달라는 간절함입니다.

웬지 그런 걱정부터 드는 것은,

‘유신과 5공의 추억’ 때문인 모양입니다.


100% 당선 이제 속이 시원하십니까?


2006년 6월 첫째주 월요일 아침에

한탄강가에서  이  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