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미군의 점령아래 총성과 학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곳에 군대가 파견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이라크의 참상에 대해 말하려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압도적 신무기의 위력을 앞세워 레바논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를 말하려 하고 있지 않습니다. 강 건너 불 보듯 이 전쟁에 관하여도 우리는 아무 말 하려 하지
않습니다.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센터 공사인부들이 철수하고 쌀, 비료 등의 대북지원이 중단되고 6자회담 테이블엔 뽀얀 먼지만
수북합니다. 지난 몇 년간 남북관계는 비교적 어느 때보다 안정되었습니다. 퍼주기라고 비난을 받아도 일관되게 교류협력의
폭을 넓혀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남북관계는 그렇지 못할 것 같습니다. 미국이 핵을 문제시하면 핵개발을 하겠다고 하고, 미사일을
문제시하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합니다. 통일은 남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또 한번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한순간에 문을 닫아버리고
순식간에 전쟁분위기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땅입니다.
전 세계 모든 전쟁에는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지
않은 전쟁이 없습니다. 얼마 전 유럽인들의 설문조사에도 미국이 전쟁의 원인이라고 압도적으로 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똑같은
설문조사를 하면 어떻게 나올까? ‘북한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라고 나오겠지요. 유럽 사람들처럼 말하면 좋은 소리 들을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세계의 모든 전쟁에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세계의 모든 곳에 미국의 이해가 얽혀 있다는 말과 같을
것입니다.
그러면 언제 어떤 조건이 만들어 지면 전쟁이 일어날까요? 보통 전쟁은 돌발적이고 우연한 충돌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 전쟁사를 자세히 보면 내․외적 조건이 무르익고 무르익어야 일어납니다. 우연한 사건은 단지 심지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전쟁의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적개심’, ‘국익’, ‘정의의 전쟁’, ‘일방적 침탈’, 신의 저주, 자위를
위함, 세계평화를 위함, 공산주의 척결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조건을 달고 참혹한 전쟁을 합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아무도 베트남이 불행해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참 잘했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숱한 사람이 죽어가며
참전했었습니다. 6.25가 끝난 지 50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진전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리비아는 가타피가 미국과 화해를 했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후세인처럼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이란은 버티고 있습니다. 북한도 버티고 있습니다. 쿠바는 아예 미국 없이 사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전쟁의 조건은 미국과 어떻게 관계를 푸느냐에 달려있음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을
선제공격할 나라는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진주만을 공격했다가 맥아더 앞에 비오는 날 개꼴이 되어버린 히로이토를 전 세계인은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러므로 전쟁을 하고 안하고는 순전히 미국 마음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말합니다. 후세인이 대량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다.
북한에 핵이 있다. 그 핵을 실어 나를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이 있다. 위조지폐와 마약이 있다. 인권탄압을 참을 수 없도록 저지르고 있다.
헤즈볼라가 까불고 있다. 테러의 지원국이다. 이란의 핵무기는 불법이다. 이러한 조건들만 사라지면 미국은 절대로 전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전쟁의 조건 하나는 바로 퇴로 없이 쫓기는 쥐가 고양이를 향한 마지막 몸부림이 또 하나의 조건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이런 상황이 연출될 수 없지만 유독 한반도에서는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사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퍼주기라는 말을
무릅쓰고서라도 남북관계를 풀어보려고 노력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전쟁의 완승보다 평화가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완전히 봉쇄하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급증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남북의 긴장상황만 고조되고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살벌한 사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과거와 같은 살벌한 세상을 선호하는 사람도 꽤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힘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전시 작전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극도에 달하지 않는 한 전쟁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도 그리 쉽게 한반도에서 선제공격을 할 수는 없습니다. 남북이 전쟁을 일으킬 능력보다는 전쟁을 피하는 능력과
노력이 훨씬 쉽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100년간 전쟁이 없었던 시대는 조선조 초기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6.25포성이 멈춘 지 반백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00년 안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지금 6.25를 겪은
세대가 아직 사회의 주역으로 있습니다. 자신의 일생에 전쟁을 두 번이나 겪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전후세대는 전쟁 없이
일생을 마치는 운 좋은 세대가 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할 것입니다. 전쟁의 조건, 그것은 상대방에게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동물적인 욕심이 횡행하고, 약자가 짓밟히고, 정의가 불의로 둔갑하고,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면
백성들의 마음속에 적개심이 생기게 됩니다. 그 적개심의 총합이 전쟁입니다. 정의의 전쟁은 없습니다. 모든 전쟁이 불의입니다. 그러므로 전쟁은
하나님의 저주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전쟁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혹시 오늘도 당신의 마음속에 전쟁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2006. 7월 넷째주 월요일 아침에 한탄강가에서 이 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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