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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편지)배신 당하지 않는법

한성제피로스 2006. 1. 31. 21:56
제 목 : [월요편지 31] 배신당하지 않는 법
글쓴이 : 관리자
날 짜 :
2006-01-30 22:59
조회 : 18

난생 처음 결혼식 주례를 서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부부가 태어나는데 제가 주관하여 예식을 치룬다고 생각하니 떨리기도 하고 참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국회의사당에서 국무총리와 장관들에게 국정질의를 할 때도 떨리지 않았는데..... 저 지금 떨고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부부란 얼마나 대단한 관계인지요. 남녀가 하나 되는 사건이야말로 모든 일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기르고  그 아이들이 커서 또 아이를 낳고 그렇게 가정이 되고 마을이 되고 세계가 되고 고을이 되고 나라가 되고 세계가 되고 온 우주가 되는 것입니다. 부부가 된다는 것 여기에 세상사의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이번에 주례를 보게 되는 신랑신부에게 제가 숙제를 하나씩 주었습니다.각자 A4용지에 결혼하면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꼭 지키고 살아야할 10가지씩을 적어 보내라고 했습니다. 예식중에 혼인 서약이라는 순서가 있는데 그냥 형식적으로 주례자에게 “네”라고 대답만 하는 것은 의미가 적다 싶어 서로가 마음으로 쓴 서약서를 교환해 주고자 해서였습니다. 신랑이 먼저 숙제를 제출(?) 했는데 맘에드는 한구절이 있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이 눈빛 변치 않겠습니다.” 좀 간지럽나요?

사랑하는 젊은 남녀 그것도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의 눈빛을 상상해 보십시오. 상대의 눈속에 자신이 모두 들어가 있는듯한 그 황홀한 느낌이 떠오르십니까?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은 숱한 배신을 당하고 살 것입니다.또 배신을 하기도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긴 사람으로부터 돌아오는 배신은 참으로 우리를 어렵게 합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배신은 더더욱 비일비재 한 것 같습니다. 지역의 모든 일을 맡겼더니 송두리째 배신을 하고는 여전히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믿거니 재판을 맡겼더니 오히려 나를 처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내는 황당함을 정치라고 말하기에는 정치를 너무 모욕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정치 이전에 인간의 됨됨이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도 정치인이며 가장 더러운 것도 다시는 상종 못할 것도 정치인이라는 그러면서도 늘 관심을 놓지 못하는 것이 정치가 되어 버린 우리 민족이 아니던가?" 아무튼 그렇게 배신을 당하면서 배신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눈길을 잘 주지 않거나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중에야 깨닫게 된 사실입니다.

눈은 해부학적으로 밖으로 돌출된 ‘뇌’라고 합니다.그러니까 눈을 보면 그사람의 생각을 알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양심은 있을테구요.
배신을 당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현실정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좀 우습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치라는 것이 이해관계의 조정이기도 하다면 별사람이 다 모이는 것이고 어쩌면 약삭 빠른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 배신을 당하지 않는 방법 두가지를 철저히 배신을 당해본 후에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하나는 자신을 과대포장하지 말고 또 하나는 눈빛을 피하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초보신랑이 저에게 보내온 부부십계명중 “당신을 바라보는 이 눈빛 변치 않겠습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제가 처음으로 큰 배신을 당하고 나서인 것 같습니다.자신을 과대포장 하지 말고 눈길을 피하는 사람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참 많이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여 설 연휴를 보냈습니다.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밤새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갓 백일을 지난 막내동생의 아들과 얼마나 눈을 많이 마주쳤는지 모릅니다.
여러분 눈을 보며 대화세요. 그러면 배신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행복해 집니다.

2006년 1월 마지막 월요일

한탄강가에서 이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