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크랩

[월요편지60] 파우스트가 된 386

한성제피로스 2006. 8. 21. 12:01
제 목 : [월요편지 60] 파우스트가 된 386
글쓴이 : 이철우
날 짜 :
2006-08-21 11:03
조회 : 3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자리 수 이하로 떨어질 듯 합니다. 아니 지지율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없이 들리기도 합니다.
작통권이 금방 나라를 망하게라도 할 듯 난리더니 이젠 ‘바다이야기’ 속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았던 많은 개혁구상들이 일찍이 몇몇 소장교수들의 탁상공론이었음이 증명되었고, 이로 인해 곤두박질한 인기를 만회해보려고 새만금을 비롯한 국책사업을 지지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까지 추진했지만 별무효과였습니다.
오히려 정치적반대자들은 이익을 보면서도 조롱을 하고 지자들은 아무 말없이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게임산업 육성 운운하며 재기발랄한 사람들이 기어코 사고를 쳤습니다
현 정권 최대의 게이트라고 하는 야당과 그저 정책적 오류였다는 대통령과의 한판 싸움이 당분간 지속될 듯 합니다.
그러나 이 싸움도 이미 노무현 정부의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진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슬픔이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할 뿐입니다.
여당과 정부는 완전히 중심을 잃었습니다. 왜냐하면 지지자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의 지지자가 누구였습니까?
군부독재도 못하던 도박산업의 대중화를 해낸 참여정부와 파우스트가 오버랩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신학, 법학, 철학, 의학, 모든 학문을 탐구해도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한 파우스트가 절망한 나머지 독배의 잔을 듭니다. 부활절 종소리와 함께 찾아온 메피스토텔레스의 유혹은 파우스트를 온갖 욕망이 넘실대는 바다로 이끌어 갑니다.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파우스트는 급기야 향락이란 사람을 천하게 만들 뿐이며 사랑도 한낱 허망한 꿈이라면서 황제로부터 황무지를 얻어 개간사업을 하면서 이상국의 꿈에 빠져듭니다.

파우스트가 되어버린 현 정권은 지금은 지지자도 반대자도 원망하기에 바쁠 것입니다.
자신의 진정성을 이해해 주지 않는 지지자들이 야속하고 그렇게 원하는대로 다 해주었는데도 철저히 짓밟는 반대자들의 냉혹함이 미웁다 못해 두렵기까지 할지도 모릅니다.
검찰과 법원을 제외하고 요소요소에 386들이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들은 그저 자리나 하나 얻으러 갔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人事라고 합니다.
애초부터 정부나 기업 등 기득권 층은 현 정권을 마음으로부터 인정하지 않은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쩌랴 주어진 헌법의 임기가 있는 것을...
기업인, 관료들과 밥 한끼 술 한잔하며 하루하루 부대끼다 보니 어느새 한 뜻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 어디에도 지난날 아스팔트를 달리며 외치던 기상은 찾을 수 없고 원칙과 상식은 장식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관료들보다 더 관료다운 언행에 기업인보다 더 이윤을 탐하는 듯한 ‘애국심’이 놀라운 변신이라면 변신일 뿐입니다.
경기가 죽어버린 지방 읍면의 골목에까지 ‘바다이야기’를 속삭여 주는 것 빼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상국 건설의 꿈에 젖은 파우스트는 눈까지 멀었으나 마음엔 환희가 넘치고 평안을 느끼며 죽어갑니다.
이때 메피스트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데려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착한 그레트헨의 기도에 힘입어 파우스트의 영혼은 구원을 얻게 됩니다.

누가 저 음침한 사망의 골짜기를 헤메는 파우스트를 구할 것인가?
우리 모두는 지난 몇 년간 파우스트가 되었습니다.
모든 학문에 기대를 걸었으나 좌절하고 죽어가던 찰나 부활의 종소리에 다시 삶의 애착을 느끼고 푼돈에 자신들의 영혼을 팔기도 하고 허망한 투쟁에 결기를 세우기도 하고 ‘바다이야기’에 밤새는 줄 모르고 빠져 보기도 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파우스트의 운명처럼 되어 버린 386의 운명 앞에 누가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그레트헨이 될 것입니까?
여러분의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한 주일 입니다.

2006년 8월 21일
한탄강가에서 이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