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크랩

다시 "초인"을 기다리며

한성제피로스 2005. 8. 9. 23:52
다시 '超人'을 기다리며.. | 월요편지 2005/08/0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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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인”을 기다리며


이육사는 40세의 나이로 중국에서 옥사를 할 때까지 무려 17번 감옥을 드나들었다.

의혈단에 가입하여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에 연루되어 시작한 옥살이가 그의 나이 23세때이다. 그로부터 17번 감옥엘 갔으니 40세에 옥사할 때가지 매년 한번은 갔다는 얘기가 된다. 당시의 감옥이 어디 요즘 같은 감옥과 비교가 될까? 갇혀 있는 고통보다는 투옥 과정에서의 숱한 고문이 더 큰 죽음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 뜨거운 시인의 열정은 그를 40을 넘기지 못하게 했다.

그가 죽어가면서도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을 그의 시 '광야'에서 그리고 있다.

여기에 새삼 옮겨 적어 보고 싶다.


                  광야(曠野)

                                      - 이 육 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명망있는 사람들이 황국신민찬가를 부르고 대동아공영을 목놓아 외쳤을 때 이육사는 그 겨울 눈내리는 겨울의 매화향기를 위안삼아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선일보가 김희선 의원 부친의 행적을 만주에까지 가서 뒤지는 꼴을 보면서 ‘아리랑의 양치성’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의 잘못을 이야기하면 물귀신 작전으로 본말을 호도하는게 요즘 세태가 되어버렸다.

X-파일에 이르러서는 일그러진 역사의식의 만개를 보는 듯 하다.


한나라당의 뿌리인 신한국당 아니 舊 군사정권세력의 도청. 감청. 고문투옥. 정치공작. 부패결탁은 그들의 전매특허였다. 그것의 일부가 X-파일에 의해 드러나니까 이제 수구기득권 세력이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DJ도 했다.”, “참여정부도 2003년까지 했다.” DJ와 노무현의 갈등으로 키워볼려고 안달이다. 심지어는 외국의 정보기관은 이보다 더한 일을 하는데 국민의 신뢰가 문제라고 아전인수도 서슴치 않는다.

이미 우리의 세태는 정의도 없고 진리도 없어진지 오래다.

아무리 세상이 그렇고 그렇게 엮여져 내려왔고,

그런 아비규환이 속세이며 원래 세상은 그렇게 거룩할수 없다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한다해도 이미 대한민국은 그 어느 누구도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육사가 살던 그 시절이 이와 같았던 모양이다.

친일파는 승승장구하고 독립운동가는 투옥과 망명으로, 그 집안은 야반도주 하는사이, 지식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동아공영의 나발을 불어대는 모습을 보며 이육사의 피끓는 마음속의 절규가 바로 광야였던 것이리라

그 진한 외로움 끝에 초인을 기다리는 간절함이 바로 이시대에 다시 생각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탄핵과 분당과 17대 총선, 그리고 지난 1년의 비이성적인 정쟁. 위헌심판, X-파일, 대연정, 6자회담의 연기..

우리는 이런 일상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백성들은 더더욱 본능적 생존을 허우적대며 ‘초인’의 가치는 모르쇠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이미 모든 기대를 저버린 것 같다.

될대로 되겠지! 하는 심정이 대부분이다.


국민들을 온갖 방법으로 속이면서 연명해온 기득권이 날이 갈수록 위태로워짐으로 인한 한나라당의 근심만큼이나 갈길을 몰라하는 백성들의 걱정도 태산이다.

메시야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기득권에 빠져 허우적대는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이 된지 오래인듯하다. 오는 8월15일 우리는 똑똑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오늘, 이육사가 ‘초인’을 기다리듯, 오늘도 그런 지도자가 간절해지는 요즈음이다.


검찰이 ‘X-파일’을 수사한다? 그걸 누가 믿겠는가?

지금 구 정권의 ‘X-파일’도 문제지만 현재진행형의 지역비리 X-파일이 더 큰 문제임을 제대로 보는 사람이 없다.

그 ‘X-파일’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일까?

비리를 다 알면서 공생하는 것 그것이 곧 ‘X-파일’이다.


나는 노무현 정부의 역사적 몫은 ‘해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안없는 해체라도 좋다.

철거반원은 철거가 임무요 목적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설계자를 기다린다.

동북아와 한반도 분단된 조국의 반쪽인 남쪽

아수라장 속의 ‘철거민’들은 설계자를 기다린다.

우리에게는 그가 바로 ‘超人’이다.

이 백성이 마음을 의지할 사람이 간절해지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모두 너무 가볍다. 그 많던 열혈투사들은 이젠 중년의 정치꾼이 되어버렸다.

말로는 지금도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면서 말이다.

초인을 기다리며 이육사는 초인이 되었다.

큰바위 얼굴을 기다리며 어거스틴은 큰바위 얼굴이 되었다.

이 광야와 같은 한반도에 사는 나 또한 오늘 그 ‘超人’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

다시 천고의 뒤가 아닌 바로 오늘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고 싶다.


2005년 8월 둘째주 월요일 아침에

한탄강가에서 이  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