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X - 파일' | 월요편지 | 2005/08/01 1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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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의 ‘X-파일’ 대한민국 권부의 역사는 ‘X-파일’이 正史이고 국민이 알고 있는 것은 野史가 아닐까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지금 ‘X-파일’을 두고 내심 쾌재를 부르며 이제 대한민국의 권력은 완전히 우리 손에 있노라고 좋아하는 조직이 아마 검찰일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한 생각이 앞설 때마다 제 마음은 더욱 어두워집니다. 중앙정보부, 안기부로 불리던 지난 시절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이요, 권부의 상징이었던 국정원이 검찰에 의해 낱낱이 해부되고 그 생사여탈권을 빼앗겼으니 이 얼마나 통쾌(?)한 일이겠습니까? 이제야 비로소 헌법기관인 사법부가 온전히 법질서를 회복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어딘가에 검찰에 대한 ‘X-파일’이 존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검찰이, 안기부가 호가호위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무력해 보일 때마다, 아니 검찰이 요즘 또 다른 ‘X-파일’을 만든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정원을 놔뒀다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할 때가 많습니다. 저 또한 지난 선거법 수사와 재판을 지켜보면서 온갖 상상을 다 하게 되었습니다. 은밀한 곳에서 한잔 술이 오가고 부정한 돈이 오가며 음험한 웃음이 교환되면 밝은 곳에서 짓밟히는 진실과 힘없는 자들의 탄식이 바로 저 ‘X-파일’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X-파일’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무딘 마음이었습니다. 도청하면 떠오르는 사건은 아마 닉슨을 물러나게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미국 언론과 미국인들을 바라보며 전세계인들은 미국에 대해 얼마나 존경과 부러움을 보냈는지 모를 것입니다. 핵무기와 막강한 자본의 힘으로 전세계인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미국은 닉슨이 하야하는 대신 전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엄청난 도청이 자행되고 증거가 명백한데도 ‘엄청난 혼란’ 운운하며 검찰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듯합니다. 도청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느니, 공소시효가 지났다느니 다양한 이유가 세상을 떠돌아 다닙니다. 사실 ‘X-파일’에 거명된 사람들은 모두 공인이고 출세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심지어 검사들의 이야기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누가 그 ‘X-파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것이 국민들의 생각의 전부입니다. 언론도 사실 침묵하고 있습니다. 사실 언론이 침묵해야할 것은 제보자에 대한 것입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Deep throat'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최근 FBI 요원이었다는 것을 본인의 고백으로 알게 될 때까지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제보자부터 잡아들이고, ‘X-파일’ 내용은 취사선택해서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이를 떡고물 주워 먹듯 흥미진진하게 보도하고.... 세상을 주무르는 사람들의 또 다른 ‘X-파일’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검찰 세 사람이 각서 쓰고 테이프를 듣는답니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이것이야말로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철저히 수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워터게이트와 특별검사 콕스, 그리고 하원의 대통령 탄핵, 언론의 용기와 절제... 우리는 이런 것을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X-파일’ 사건, 저는 잘 해결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검찰이 모든 것을 요리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가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입방아를 찧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그 내용을 다 알고 있습니다. 한두번 경험한 일입니까?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 권부의 음모와 협잡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히려 더 실감나는 상상을 하고 있고 ‘권력이란 다 그런거야!’ 하면서 무감각한게 사실입니다. 국민들이 ‘X-파일’을 향해 분노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초원복집 사건이 일어나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도청은 우리 국민들이 지난날 누구나 ‘나도 그 대상일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세상에는 크고 작은 ‘X-파일’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서로 약점을 잡고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이 바로 그 ‘X-파일’입니다. 지금 지역비리, 자치단체의 비리가 횡행하고 있는데도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가는 이면에 바로 꼬마 ‘X-파일’이 우리사회 곳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국민들은 믿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분명 ‘심증은 있는데 버젓이 이권들이 오가는지’ 의문을 가질 때 해답이 ‘똑같은 놈들이지 뭐!’하며 자조하고 마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마음 속의 ‘X-파일’입니다. 부패와 부조리를 말하면 ‘경제가 안돌아가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당당히 항변하는 사회,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한결같은 ‘속죄의식’을 가진 사회, ‘내 마음 속의 X-파일’입니다.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세 자매가 되어버린 우리의 의식이 있는 한 오늘도 ‘이병헌’은 그 야릇한 미소를 우리에게 날리며 거리를 활보할 것입니다. 이번 주 ‘내 마음의 X-파일’을 한번 Rewind 해보세요. 저는 중고등학생들과 3박4일 수련회를 떠납니다. 주님께 그 ‘X-파일’을 다 꺼내놓고 오렵니다. 8월 첫째주 월요일 아침 한탄강가에서 이 철 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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