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크랩

노안

한성제피로스 2005. 8. 9. 23:48
老 眼 (노 안) | 월요편지 2005/07/11 10:01
http://blog.naver.com/qksdnjftks/80014910047
1-4306.html

어제는 오랜만에 온가족이 함께 교회를 갔었습니다.

일완이가 기숙사에 들어간 후로는 온 가족이 함께 가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주말을 함께 보내며 그동안의 학교 얘기며 공부이야기, 엄마 아빠 사는 이야기까지 많이 나누었습니다.


高1인 일완이도 교육정책이 자신들을 무척이나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아빠로서 부끄러웠습니다. 교사인 아내에게는 더 말할 나위가 없구요.


주일 아침 어머니, 우리 부부, 일완이 이렇게 네식구가 교회에서 손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아마 네사람 모두 똑같은 기도를 올렸을 것입니다.

예배시간에 성경을 읽는데 갑자기 글씨가 흩어져 뿌옇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안경을 벗고 눈을 한번 부비고 다시 보았는데 여전히 마찬가지였습니다.

‘참! 이상하다.’

성경책을 좀 멀리 놓았더니 그제서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어이쿠!’

옆에 있는 아내에게 들킬 새라 태연한 척 성경을 읽었습니다. 성경을 읽는 동안에도 성경책을 떼었다 붙였다 확인 또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게 노안이구나! 나에게도 이런 것이 찾아오다니..!’

옆자리 어머님은 제가 맞춰드린 돋보기로 열심히 읽고 계셨습니다. 일완이와 아내는 옆자리 두사람 모두 노안이라는 사실을 모를 것입니다.

동창회때 몇몇 동창들이 이젠 작은게 안보인다는 푸념을 그냥 지나쳤는데 저도 동창은 동창인 모양입니다.


인간의 생노병사엔 예외가 없는 것이니까요..

아무튼 지난 주일은 잔잔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도 이제 老人입니다.

왜냐하면 老眼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老人답게 살아갈 마음가짐을 준비해야 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눈은 해부학적으로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뇌라고 했습니다.

눈에 총기를 잃으면 그만큼 뇌도 총기를 잃었다는 증거랍니다. 그러나 노안의 역할은 사물을 멀리 내다볼 수 있는데 있을 것입니다. 본래 아이들의 눈은 밝기는 하지만 멀리 그리고 넓게 못보는 것입니다. 마치 현미경으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멀리 넓게 본다는 것! 老眼의 역할입니다. 멀리 넓게 보면 치우침이 없고 서두름이 없는 것입니다.

아마 그래서 조물주는 나이를 먹으면 자세한 것을 보려 하지 말고 멀리  더 넓게 보라고 老眼을 주시는가 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여다 본 자세함을 밑천으로 여유있고 불편부당함이 없는 시각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모험에 관대하고 그들을 풍부한 경험세계의 내력으로 품어주고 인자함으로 이끌어주는 老人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요?

마음의 눈은 빨리 老眼이 될 수록 좋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저도 老熟한 眼目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축하해 주십시오...


                                             2005. 7월 둘째주 월요일...

한탄강가에서 이  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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