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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를 바라보는 공감가는 아주 중요한 시선

한성제피로스 2007. 4. 5. 11:37
동북아 FTA 삼국지 [중앙일보]
[이슈 추적] 한·미 복합동맹 … 전략 질서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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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학구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져온 소용돌이다.

한.미 FTA 타결 전까지 동북아 정세는 외교.안보(군사) 중심으로 전개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계기였다. 한.중.일 3국의 경쟁.협력 구도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일본의 군사력 강화▶미.일.호주 동맹체제 강화 등으로 짜여졌다. 한국에선 노무현 정부가 중국.북한과의 접근에 속도를 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을 첫 번째 FTA 대상국으로 정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424일간의 협상 끝에 한.미 FTA는 타결됐고, 동북아에선 경제동맹의 새 기류가 흐른다. 한국의 '자주 노선'을 한.미 군사동맹의 이완으로 비판하던 견해들은 한.미 관계가 안보.경제 복합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빛을 잃고 있다. 미국이 왜 한국을 골랐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4일 "한.미 FTA 속에는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을 자극하는 동시에 한국의 친중.친북 노선에 제동을 걸겠다는 미국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중국의 패권 추구와 일본의 군비 확장 사이에 낀 '샌드위치'처지를 타개할 필요가 있었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최근 방한한 마이클 헤이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중.일의 군비 경쟁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의 전화통화 내용은 더욱 극적이다. 두 정상은 협상이 결렬되려던 위기의 순간에 쇠고기.자동차를 주고받는 빅딜로 난관을 뛰어넘었다.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은 "한.중.일 사이에 한 건의 FTA도 체결되지 못한 현실에서 한.미 FTA는 동북아 경제 허브(중심) 경쟁과 경제.안보 동맹 측면에서 고지 선점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중.일은 이미 물밑 라인을 통해 '우리와 먼저 하자'며 한국 측에 러브콜을 보내온다고 한다.

특히 '중화(中華)경제권'의 기치 아래 지역 패권을 추구했던 중국으로선 한.미 FTA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관료들의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FTA가 당분간 불가능하다. 서비스.금융.경쟁.지적재산권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규범)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거기다 FTA를 체결할 경우 미국 시장에 중국산 저가 제품이 쏟아지게 된다. 부시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모험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본도 비슷한 이유 때문에 중.일 FTA에 소극적이다. 남은 대안은 한국뿐이다.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FTA를 앞세운 '경제동맹'전략을 밀어붙였다. 예컨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는 경제적 실리를 양보하면서까지 2003년 FTA에 서명했다.

이런 전략은 2005년 말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출범 당시 드러났다. 미국을 배제한 채 중국의 주도 아래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EAFTA)을 추진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당시 미.일은 외교력을 총동원해 EAS 구상을 무산시켰다. 1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중국의 지역 패권 추구에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관련해 주목할 또 하나는 개성공단 등의 임가공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길을 터놓은 대목이다. 미국은 이를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지렛대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진전되면 미국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잠식할 수 있다.

일본도 한.미 FTA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창재 부원장은 "일본 전문가들이 부러움 반(半), 놀라움 반의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이 중국.미국과의 FTA를 성사시킬 전망은 밝지 않다. 통상 분야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농산물.자동차 시장 개방이 걸림돌인데 이를 타개할 정치적인 리더십이 결핍돼 있다"고 지적했다. 내각제의 일본으로선 정권의 명운을 건 '결단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추구해 왔던 탈(脫)아시아, 대미 일변도 정책은 상처를 받고 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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