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어원

몰골 흉한 바다낚시꾼-아귀

한성제피로스 2007. 5. 7. 14:31
이름으로 본 바다생물 <25> 아귀
몰골 흉하지만 영리한 바다낚시꾼

 
아귀(사진)는 참 못생긴 물고기이다. 넓적한 몸에 비대칭적으로 큰 머리와 길게 찢어진 입은 괴물을 연상시킨다. 생긴 꼴이 이러니 예전에는 그물에 걸려들면 여지없이 물에 다시 던져졌다. 물에 떨어지면서 '텀벙' 소리가 난다 해서 아귀를 두고 '물텀벙'이라부르기도 했다니 이 정도면 천대의 극한까지 간 셈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찜이나 탕의 재료로 식탁을 장식하면서 아귀의 신분이 급상승했으며, 요즘 들어선 웰빙 보양식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아귀찜의 원조격인 '마산 아귀찜'은 관광공사가 선정한 지역 명품에 올라 있을 만큼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달콤한 맛에 비타민A가 풍부한 간요리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프랑스의 거위간 요리인 '푸아그라(Foie - gras)'에 비유되기도 한다.

아귀는 '아귀(餓鬼)'라는 불교 용어에서 비롯됐다. 아귀(餓鬼)는 생전 탐욕의 대가로 사후 굶주림의 형벌을 받는 귀신이다. 큰 입으로 닥치는대로 음식물을 삼키지만 목구멍이 바늘구멍만 해 제대로 먹을 수 없어 늘 허기지다. 반면 물고기 아귀는 입과 위장이 모두 커 자기 몸체만한 물고기도 '아구 아구' 삼킬 수 있다. 큰 아귀를 한 마리 잡으면 위장 속에 들어 있는 다른 물고기도 얻을 수 있을 정도이니 그 '위대(胃大)'함을 능히 짐작할 만 하다.

아귀의 식성을 관찰한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낚시를 하는 물고기라는 의미의 '조사어(釣絲魚)'로 명명했다. 실제 물 속에서 아귀의 사냥 모습을 지켜보면 정약전이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가 간다. 헤엄치는 속도가 느린 아귀는 물고기를 따라다니며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먹잇감을 유인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긴 등지느러미의 첫 번째 가시를 미끼처럼 흔들면 이를 본 물고기는 먹잇감으로 알고 접근한다. 그 순간 아귀는 큰 입을 쩍 벌려 한 입에 삼켜버린다. 서구에서는 아귀가 미끼를 가지고 낚시하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앵글러피시(Angler-fish)'라고 부른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기사등록일자 [2007/05/04 19:33]   최종수정일자 [2007/05/0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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